러시아 성 바실리 대성당: 테트리스 게임에 나오는 알록달록 양파 지붕

러시아 모스크바의 심장, 붉은 광장에 위치한 성 바실리 대성당은 그 독특하고 화려한 외관으로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축물이다. 특히 여러 세대에게는 고전 게임 '테트리스'의 배경 화면으로 각인되어, 친숙하면서도 신비로운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 다채로운 양파 모양 돔들의 향연은 단순한 시각적 유희를 넘어, 러시아의 파란만장한 역사, 정교회의 신앙, 그리고 독창적인 건축 미학이 응축된 복합적인 상징체이다. 공식 명칭인 '해자 위의 성모 수호 대성당(Собор Покрова Пресвятой Богородицы, что на Рву)'보다 '성 바실리 대성당'이라는 별칭으로 더 널리 알려진 이 건축물은, 16세기 중반 러시아 최초의 차르였던 이반 4세(이반 뇌제)의 명령으로 건설되었다. 이는 카잔 칸국과 아스트라한 칸국에 대한 군사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였으며, 그 결과물은 서유럽의 고딕이나 르네상스 양식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지극히 러시아적인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각각의 돔은 저마다 다른 색상과 무늬로 장식되어 비대칭적이면서도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러시아의 정신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기도 한다. 본 글은 테트리스라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넘어, 성 바실리 대성당이 지닌 심오한 역사적 배경과 건축학적 가치,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여 러시아의 영혼을 대변하는 상징물로서의 위상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게임 속 상징에서 역사의 중심으로: 성 바실리 대성당의 첫인상

수많은 이들에게 성 바실리 대성당과의 첫 만남은 실제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이 아닌, 네모난 블록이 떨어지는 작은 디지털 화면 속에서 이루어졌다. 1980년대 전 세계를 휩쓴 게임 '테트리스'는 러시아의 이국적인 정취를 담아내기 위한 배경으로 성 바실리 대성당의 실루엣을 선택했고, 이는 대성당을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러시아의 상징으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알록달록한 양파 돔과 비현실적인 형태는 게임의 단순한 그래픽과 맞물려 동화적인 환상을 자극했지만, 이러한 대중적 이미지는 성당이 품고 있는 장엄한 서사와 역사적 무게감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붉은 광장에서 마주하는 대성당은 디지털 화면의 평면적인 이미지를 압도하는 입체감과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크렘린의 스파스카야 탑과 국영 백화점 굼(GUM) 사이에 자리 잡은 대성당은 주변의 엄숙하고 육중한 건물들과 극적인 대조를 이루며, 마치 현실 세계에 불시착한 상상의 산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 공식 명칭이 '해자 위의 성모 수호 대성당'이라는 사실에서부터 우리는 이 건축물의 본질이 종교적 헌신에 있음을 알 수 있다. 1552년 10월 1일, 성모 마리아의 수호 축일에 이반 4세의 군대가 카잔 칸국의 심장부인 카잔을 함락시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기 때문이다. 이후 사람들은 '바보 유로디비'로 불리며 민중의 존경을 받았던 성인 바실리의 유해가 이곳에 안치되면서, 자연스럽게 '성 바실리 대성당'이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처럼 이름의 유래에서부터 군사적 승리와 종교적 성인 숭배 사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대성당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가 된다. 테트리스가 제공한 단편적인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이 건축물이 왜 그 자리에, 그러한 모습으로 서 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성 바실리 대성당의 진정한 가치를 탐색할 준비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혼돈 속의 질서: 이반 4세의 야망과 비잔틴 양식의 조화

성 바실리 대성당의 건축적 구조는 서구인의 시각에서 볼 때 극도의 혼돈과 비대칭성으로 점철된 것처럼 보인다. 중앙의 높은 첨탑을 중심으로 제멋대로 솟아난 듯한 8개의 양파 돔은 일관된 규칙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이 외견상의 무질서는 사실 고도로 계산된 신학적, 상징적 질서의 결과물이다. 대성당의 기본 구조는 중앙에 위치한 가장 높은 성모 수호 교회를 축으로, 주변에 8개의 작은 교회가 별 모양(팔각성)으로 배치된 형태를 띤다. 이 8개의 교회는 각각 카잔 칸국과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 날의 성인들에게 봉헌된 것이다. 즉, 대성당 전체가 이반 4세의 위대한 군사적 업적을 기리는 하나의 거대한 기념비이자, 승리를 안겨준 신에 대한 감사의 표현인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지상에 천상의 예루살렘을 구현하고자 했던 비잔틴 교회의 건축 사상을 계승한 것으로, 팔각성은 기독교에서 완전성과 부활,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숫자 8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대성당의 가장 큰 특징인 양파 돔, 즉 '루코비차(луковица)'는 그 기원에 대해 다양한 학설이 존재한다. 혹한의 기후 속에서 지붕에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에서 출발했다는 주장과, 정교회 예배에서 사용하는 촛불의 타오르는 불꽃을 형상화하여 신을 향한 기도를 상징한다는 종교적 해석이 공존한다. 또한, 몽골-타타르의 지배를 거치며 유입된 이슬람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았다는 시각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양파 돔들이 각각 다른 크기와 색상, 문양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소용돌이, 마름모, 줄무늬 등 화려한 패턴과 원색의 대비는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주며, 이는 신의 창조 세계가 지닌 다양성과 조화로움을 표현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반 4세가 대성당 완공 후, 건축가인 포스트니크 야코블레프와 이반 바르마의 눈을 뽑아 다시는 이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지 못하게 했다는 끔찍한 전설은, 그 자체로 이 건축물이 당대 사람들에게 얼마나 경이로운 창조물로 받아들여졌는지를 방증한다. 이 전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성 바실리 대성당은 이반 4세라는 절대 군주의 강력한 의지와 러시아 정교회의 신앙, 그리고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탄생한, 혼돈 속에서 완벽한 신학적 질서를 구현해낸 독창적인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한 상징: 붉은 광장의 심장이자 러시아의 영혼

성 바실리 대성당은 건립 이래 4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러시아 역사의 격동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그 자리를 지켜왔다. 수많은 화재와 외세의 침략, 그리고 혁명의 광풍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붉은 광장의 상징으로, 나아가 러시아의 영혼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1812년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모스크바를 점령했을 때, 대성당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나폴레옹은 이를 통째로 파리로 옮기고 싶어 했으나 기술적 한계로 포기하고, 퇴각하면서 폭파를 명령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폭우로 도화선이 꺼지면서 기적적으로 파괴를 면했다는 일화는 대성당이 지닌 신성성과 불멸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회자된다. 가장 큰 위기는 20세기 초 볼셰비키 혁명 이후 찾아왔다. 국가 무신론을 표방한 소련 정부에게 성 바실리 대성당은 낡은 차르 체제와 종교의 잔재일 뿐이었다. 특히 스탈린 집권기에는 붉은 광장에서의 군사 퍼레이드와 대규모 집회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철거 계획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 이때 건축가이자 문화재 복원 전문가였던 표트르 바라놉스키는 철거를 막기 위해 스탈린에게 "성당을 부수려거든 나를 먼저 죽이라"고 항의하는 전보를 보내고, 크렘린 집무실에서 자해 소동까지 벌이며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그의 영웅적인 노력 덕분에 대성당은 철거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대신 종교 시설로서의 기능은 박탈당한 채 박물관으로 전환되었다. 이처럼 성 바실리 대성당의 역사는 단순히 건축물의 연대기를 넘어, 러시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오늘날 대성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한편, 소련 붕괴 이후에는 제한적으로나마 종교 의식이 다시 거행되며 본래의 기능을 일부 회복했다. 테트리스 게임 속 픽셀 이미지로 시작된 대중적 친근함은 이제 이반 4세의 야망, 정교회의 신앙, 나폴레옹의 탐욕, 스탈린의 파괴 계획, 그리고 바라놉스키의 숭고한 희생이라는 깊고 다층적인 서사를 품은 역사적 상징물로 승화되었다. 성 바실리 대성당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이자, 러시아의 복잡하고도 매혹적인 정신 세계를 가장 화려하고 극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인으로 영원히 붉은 광장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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